SAP, 오라클 DB 정조준…비즈니스 스위트, ‘하나’ DB로
도안구 기자 | 2013년 01월 21일, 오후 4:34
절친 오라클의 배신으로 와신상담했던 SAP가 드디어 반격의 칼을 꺼내들었다. 한꺼번에 옛친구의 제품을 고객들이 자사 제품으로 교체하지는 않겠지만 신규 고객이나 재구축 고객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자사 제품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라클을 흔들기 위해서는 오라클의 핵심 수익원인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건드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알고 오랫동안 준비해 온 만큼 이번에는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다.
SAP 코리아(대표 형원준, www.sap.com/korea)는 인메모리기반 데이터베이스인 하나(HANA) 플랫폼에서 운영되는 ‘SAP 비즈니스 스위트(SAP Business Suite)’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SAP코리아의 형원준 사장은 ”전세계 모든 상거래 량의 70%가량을 처리하고 있는 SAP가 한국의 인메모리 기술을 기반으로 한 ’SAP HANA 기반 SAP 비즈니스 스위트’를 출시한 것은 프로펠러 전투기 시장에 초음속 제트기를 내놓는 것과 같다. 이미 대부분 세계 주요 기업들이 HANA도입을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이다. HANA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외에 일반 데이타베이스들도 대체하고 있어서 게임, 전자상거래, 공공, 금융, 유통, 의료, 통신장비 등 빅데이터를 다루는 모든 분야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SAP는 전사적자원관리(ERP)나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같은 비즈니스 스위트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면서 데이터베이스는 고객들이 선택하도록 했다. 고객들은 대부분 오라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SAP 비즈니스 스위트를 얹었다. 하지만 절친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 시장의 장악력을 기반으로 SAP의 텃밭인 비즈니스 스위트 시장으로 적극적으로 들어왔다. J.D. 에드워드를 인수했고, 세계 1위 HR 솔루션 업체인 피플소프트를 품에 안았다.
돌변한 절친의 배신에 SAP가 꺼낼 카드는 마땅치 않았다. 간간히 IBM과 협력해 DB2와 자사 제품을 아주 저렴하게 고객들에게 제공했지만 오라클 DB 고객들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몇년 전 SAP 회장은 기자와의 미팅에서 “고객들이 기존 인력들이 쌓은 경험을 단순한 가격 때문에 교체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IBM과 SAP의 협력은 실패했습니다”라고 전하면서 오라클 공략이 쉽지 않다고 밝혔었다.
SAP가 선택한 방식은 독자적인 DB 시장 진출이었다. 오라클과 직접 부딪히는 영역은 아니었다. SAP의 비즈니스 스위트를 사용하던 고객들은 부서별 혹은 사업별로 SAP의 비즈니스웨어하우스(BW)제품을 사용했다. SAP는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인 하나를 기존 BW 제품을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오라클과 직접 경쟁하지 않으면서도 기존 고객들이 요구해 왔던 빠른 처리를 해결했다. 인메모리 제품인 하나가 등장하자마자 1년도 안돼 1천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이 전략은 성공했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는 것일까?
SAP는 이제 전체 비즈니스 스위트를 하나 플랫폼 위에서 가동될 수 있도록 밀결합시켰다. 오라클을 정조준하고 있지만 시간 싸움이라는 걸 SAP는 잘 알고 있다. 이미 오라클 DB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들에게 찾아가봐야 윈백은 쉽지 않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새로운 고객들이나 구형 시스템을 새로운 패키지로 교체하려는 기업들에겐 아주 긴밀히 통합된 이 전략이 먹혀들어갈 여지가 있다. 정면 승부보다는 틈새를 공략해 입지를 넓히는 현실성 있는 전략을 취했다.
이런 변화를 한꺼번에 시도하는 우도 범하지 않았다. SAP는 지난해 CRM On HANA를 통해 우선적으로 고객들의 요구에 대응했다. 이 프로젝트도 성공적이었다는 것이 SAP 측의 설명.
SAP HANA 기반 SAP 비즈니스 스위트는 실시간 데이터 운영 분석 및 리포팅이 가능한 개방형 경영 환경을 제공한다. SAP는 SAP 비즈니스 스위트 혜택을 중단 없이 제공하는 서비스팩을 개발하고, DB를 SAP HANA 플랫폼으로 이전하려는 고객에게 SAP RDS(Rapid Deployment Solution)를 통해 신속한 구축을 지원한다.
SAP 비샬 시카(Vishal Sikka) 이사회 임원은 “지난 2010년 SAP 공동 창업자겸 경영감독위원장 하소 플래트너는 SAP HANA가 SAP 지적 재산의 중심에 있으며 기존 및 신규 애플리케이션 모두를 변화시킨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SAP 비즈니스 스위트는 실시간 비즈니스를 재정립하면서 강력한 오픈 파트너 시스템과 함께 고객의 환경을 크게 간소화 한다. SAP 비즈니스 스위트는 업계 모든 DB를 완벽하게 지원하고 최적화하고 있다. 이는 개방성과 혁신을 제공한다는 SAP의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라 말했다.
SAP는 인메모리 최적화 등 혁신 기능을 위해 DB 파트너와 협력할 계획이다. SAP는 SAP HANA로 이전하는 고객을 위해 포괄적인 서비스와 RDS(Rapid Deployment Solutions), 파트너의 숙련된 전문 컨설팅을 지원한다. 2013년 1분기 출시 예정인RDS는 실제 구현 기간이 6개월도 채 걸리지 않는다. 사전 환경 설정이 완료된 소프트웨어, 구축 서비스, 콘텐츠, 사용자 실행 등 완전한 풀 패키지를 가격과 서비스 범위가 확정된 형태로 제공한다. SAP는 SAP 사용자그룹과 고객 의견을 적극 반영했고 고객이 현재 DB를 구매하는 방식과 유사한 형태로 가격 정책을 조정했다.
오라클은 SAP가 인메모리 DB인 HANA를 들고 나오자 지난해 엑사데이터 3번째 제품을 선보이면서 모두 플래시메모리로 가동되는 데이터베이스 머신을 발표했다. 따라올테면 따라와보라는 자신감이었다. 물론 이런 자신감 뒤에는 SAP의 HANA가 빠르게 고객에게 퍼지는 걸 막기 위한 방어책이었음은 두말할 나위없다.
그 어느 회사보다 절친했던 SAP와 오라클은 그 누구보다도 적으로 돌아섰다. 이 틈을 IBM이 산업용 특화 솔루션을 강조하면서 비집고 들어오려고 노력중이다. 거대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의 경쟁과 그 틈을 호시탐탐 노리면서 입지를 강화시키려는 IBM의 경쟁은 어떤 결과로 마무리될까? 모처럼 이 분야의 경쟁이 흥미를 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