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묵은 스트레스를 날려 줄 단 하나의 게임, 페이스파이터
주민영 기자 | 2012년 12월 31일, 오전 5:19
어느덧 임진년이 다 지나고 계사년이 하루 앞으로 훌쩍 다가왔다. 12월 한 달을 꽉 채웠던 수 많은 송년 모임에서 매번 빠지지 않았던 안주거리는 2012년 한 해 우리를 힘들게 했던 스트레스와 그 스트레스를 유발시킨 누군가에 관한 얘기들이다. 2012년 한 해를 관통했던 정치 얘기부터, 직장 상사, 아내 혹은 남편, 친구, 지인으로부터 받은 갖가지 스트레스들, 희망차야만 할 새해까지 모두 짊어지고 갈 수는 없잖은가.
여기, 당신의 가슴 속에 딱지로 앉은 누군가의 얼굴을 단판에 지워줄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이 있다. 소주 한 잔 털어 넣고 안주거리로 오물거려도 아직까지 가시지 않은 스트레스가 있다면, 게임 한 판으로 날려보내는 건 어떨까?

이 사진은 철저히 기사 작성을 위해 연출된 사진이다(사진 속 인물을 모르신다면 클릭)
페이스 파이터(Face Fighter).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 모두에서 즐길 수 있는 1인칭 시점의 대전 게임이다. 무려 2009년에 출시된 고전(?) 게임이지만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대전 게임 특유의 타격감과 현란한 콤보를 기대한다면 차라리 ‘펀치히어로’나 ‘리얼 스틸’ 같은 게임을 찾는 게 나을 것이다. 대형 개발사에서 만들어진 이른바 웰메이드 게임도 아니다. 한동안 업데이트도 안된 탓에 아이폰5에서는 레터박스도 지우지 못했고, 안드로이드폰 중에서는 호환되지 않는 기종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 독자 여러분의 묵은 스트레스를 날려줄 게임으로 페이스 파이터를 꼽은 것은, 다른 어떤 게임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통쾌함을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괜히 이름이 ‘페이스’ 파이터인 게 아니다. 여러분이 아는 그 누군가의 사진을 입력하면 그 사람의 얼굴을 게임 속 상대방 캐릭터로 만들어 신나게 한 판 격투를 즐길 수 있다. 직장 상사는 물론, 올 한 해 여러분을 괴롭힌 정치인, 가족, 친구, 지인 등 그 누구의 얼굴이라도 가능하다.
상대방의 얼굴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메인 화면에서 ‘상대방 만들기(Make Foe)’ 메뉴를 실행하면 된다. 갤러리(안드로이드)나 카메라롤(아이폰)에 상대방이 사진이 저장돼 있어야 한다. 유명인이라면 스마트폰의 웹 브라우저에서 인터넷에 접속해 사진을 내려 받으면 된다. 지인이라면 기존에 찍어뒀던 사진을 이용하거나, 마침 연말이고 하니 괜히 친한 척 하며 사진 한 방 찍으면 된다. 이 때 사진의 눈과 입의 위치를 가이드라인에 정확히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멍든 눈과 부은 코, 부러진 이를 실감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만든 상대방 캐릭터 외에도 다양한 기본 캐릭터와 싸움을 할 수 있지만, 사실상 별로 의미는 없다. 이 게임의 재미는 가상의 캐릭터와 실감나는 격투를 즐기는 데 있지 않다. 현실 속의 캐릭터를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는 데에 있다. 아이폰 버전의 경우 기본 난이도가 형편 없이 낮고 난이도를 변경할 수 없는데,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기에 딱 적절한 수준이다. 구버전인 안드로이드 버전에서는 난이도를 변경할 수 있지만 굳이 난이도를 올리지 않을 것을 추천한다. 괜히 ‘어려움(HARD)’ 난이도를 골랐다가 오히려 두들겨 맞고 뒷목을 잡는 수가 있다.

페이스 파이터 기본 캐릭터들. 너희들과 싸우기엔 남겨진 2012년이 너무 짧다
대전 도중에 화면 아래 쪽에 표시되는 분노 게이지가 꽉 차면 ‘전설적인 분노(Legendary Fury)’ 모드를 실행할 수 있다. 잠시 동안 기본 주먹과 발차기가 아니라 렌치나 해머와 같이 과격한 무기로 상대방을 때릴 수 있게 된다. 상대방을 K.O 시키고 나서 타이밍에 맞게 버튼을 누르면 ‘영원한 심판(Immortal Judgment)’ 모드가 실행되는데 상대방을 바위로 깔아 뭉개거나 수백 개의 발로 밟아 뭉개는 등 통쾌한 엔딩을 볼 수 있다. 조금 과격해 보이긴 하지만 코믹한 효과 덕분에 잔인함은 반감되고 통쾌함은 배가 된다.
조금은 과격해 보이지만 다양한 효과가 통쾌함을 배가시킨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는 무료 버전(Face Fighter Lite)와 유료 버전(Face Fighter Gold)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워낙 오랫동안 업데이트가 안된 탓에 호환되지 않는 기종이 많으니 우선 무료 버전을 설치한 후에 더욱 강력한 아이템이 필요할 경우에만 유료 버전으로 갈아탈 것을 권장한다. 무료 버전의 경우 직접 만드는 커스텀 캐릭터를 한 명만 등록할 수 있지만, 사진을 계속 바꿀 수 있으니 돌아가며 스트레스를 푸는 데 큰 지장은 없다.
iOS 버전의 경우 과거에는 안드로이드와 동일하게 유∙무료 버전이 따로 있었지만, 최근에 앱 내 결제로 추가 아이템을 확장할 수 있는 단일 버전(Face Fighter Ultimate)으로 변경됐다. 대전 장소나 커스텀 캐릭터, 무기 등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앱 내 결제를 해야 하지만, iOS 버전 역시 추가 결제를 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기능은 모두 이용할 수 있다.
페이스 파이터를 즐길 때 반드시 유의해야 할 점은 자신이 이 게임을 한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도록 비밀에 부쳐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상대방 캐릭터로 누구를 만들었는지는 절대로 들키면 안된다. 게임 하나 하다가 여러분의 직장 생활 혹은 가정 생활이 위기에 빠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아쉽게도 비밀번호 잠금 등 프라이버시 기능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잘 안보이는 폴더 속에 꽁꽁 숨겨두는 편이 좋다.
더욱 주의해야 할 점은 게임과 현실을 절대로 혼동하면 안된다는 점이다. 자칫 혼동했다가는 모 정부 부처가 애타게 찾고 있는 게임과 현실을 혼동한 폭력 사례로 뉴스에 등장할 우려가 있다. 이 게임이 전해주는 최고의 미덕은 최악의 폭력 사태를 예방하는 데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 모든 유의점을 숙지했다면, 더 이상 무엇을 망설이는가. 어서 빨리 2012년이 다 가기 전에 ‘그 사람’ 몰래 스마트폰을 켜자.
게임은 게임일 뿐, 오해하지 말자! 기사는 기사일 뿐, 오해하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