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 도전 과제 3가지는…스탠포드 하우 리 교수
도안구 기자 | 2012년 12월 03일, 오후 3:29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한다고 해서 게임의 승자가 되는 건 아니다. 서비스로 제공되는 SaaS(Software as a Service)의 경우에는 선제적인 대응과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경쟁을 벌이지만 눈에 보이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은 전세계 수많은 고객들에게 적시에 제품을 공급할 체계를 마련해 놔야 한다. 또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모든 물류 체인에 속하는 협력사들과의 시스템 연계도 중요하다. 물류와 재고 관리, 반품 처리 등 제품이 시장에 제대로 공급되게 하는 백엔드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놓지 않으면 제품만 만들어 놓고 정작 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공급망관리(Supply Chain Management)가 주목받은 이유다. 특히 IT 분야에서는 제조 공장을 하나도 안가지고 있던 델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주문 후 생산, 즉시 딜리버리 체계를 만들어 놓으면서 HP나 IBM(레노버에 PC 사업부를 매각하기 전) 주도의 PC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이후 IBM은 더 이상의 B2C 경쟁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사업부를 중국 레노버에 매각했다. 개인 대상의 사업을 접는 대신 중국이라는 시장을 선택했다. 지금 고전하고 있는 HP는 대대적인 물류 혁신에 착수한 후 북미지역에서 다시 PC 시장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HP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대변되는 포스트 PC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급격히 쇠락하고 있다.
애플의 스마트폰 유일의 대항마로 급부상한 삼성전자의 경우 제품 경쟁력과는 별개로 이미 2000년대 초부터 글로벌 통합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프로젝트와 SCM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본사와 각 지사들이 별개로 사용하던 ERP 시스템을 경기도 수원 센터에 집중시키고 단일 인스턴스로 통합했다. SCM의 경우에도 자사의 파트너들과 긴밀히 시스템을 연동하면서 전체 부품 조달 상황이나 재고, 물류 시스템들을 정비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런 백엔드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도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삼성전자가 급부상한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애플의 경우 모바일 분야에서는 철저한 아웃소싱과 오프쇼어링을 통해 제품 공급에 대해 대응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아이폰5의 적시 제공 지연 문제는 SCM 분야에서 상당한 관심을 끈 사항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SCM 분야의 석학인 스탠포드 대학의 하우 리(prof. Hau L. Lee) 박사가 국내 방한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 경영과학 리서치 교수로 SCM과 e-비즈니스, 유통과 물류, 글로벌 운영 전략 등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출판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물류와 수요 관리 부문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IBM, 애플(Apple) 등 다양한 세계적인 기업의 자문 역학을 했다. 황승진 스탠포드 대학교 교수와 함께 발표한 ‘채찍효과, 공급망에서 정보 왜곡’은 2004년 미 경영학회가 선정한 지난 50년간 발표된 경영과학 논문 중 가장 영향력 있는 10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수많은 파트너들과 연계된 복잡성과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가시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또 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 마련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검토 등이 중요합니다”라고 밝혔다.
최근 국내에 기업들은 모두가 공급망 관리와 물류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초기에는 우선적으로 본지사, 거점 센터들 위주로 이를 통합해 나간다. 하지만 진정한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공급망 체인에 들어와 있는 수많은 파트너들도 이 시스템과 연계되어야 한다. 또 매년 수천개의 파트너들과 계약을 갱신하는 등 물류 관리에 따른 업무들도 한두가지 아니다. 이러한 복잡성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 기본이라는 설명이다.
또 하나는 모든 기업들이 어려움에 직면한 가시성의 확보다. 불확실성의 증대야 말로 기업 경영에서는 최대의 위협 요소다. 많은 기업들이 제조 공장을 중국이나 베트남, 말레이시아 또는 남미의 브라질이나 멕시코 등으로 이전 혹은 전문 업체에 위탁하면서 뜻하지 않은 문제가발생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권 문제부터 폭설 또는 폭우와 같은 자연재해, 해적에 의한 선박의 탈취, 환경 오염 물질 사용, 오픈소스에 대한 저작권 문제 등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전체 제품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하우 리 교수는 이런 가시성 확보에 대해 “모든 것을 제조 위탁 회사에 맡기는 아웃소싱 전략이나 제조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문제 등에서 발주처는 자사가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맡겼다고 손을 놓고 있다가는 예상치 못한 문제 발생으로 큰 문제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려운 가시성 확보를 위해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될까.
그는 “아웃소싱할 때 책임도 아웃소싱하지 않는다는 걸 인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웃소싱의 본질은 비용 절감이 아니라 적절한 파트너와 함께 일을 하는 것이 주입니다. 공급 업체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해야 합니다. 가시성 확보를 위해서는 공조 체제를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영리기구(NGO)와 긴밀히 협력해 그들이 내놓은 보고서도 잘 봐야 하고 경쟁사들이 내놓는 것들도 빠짐없이 살펴야 합니다. 다양한 자료들을 조합해 가시성을 높여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복잡성을 이해하고 가시성을 높였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건 아니다. 새로운 기술 변화를 빨리 수용하고 이를 전체 물류 체인에 적용해야 한다. 최근 물류 업계에서는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IT 기술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단일 배송 체계를 만들고 있다. 또 삼성SDS 같은 IT 서비스 회사도 물류 IT 기반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제공으로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는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물류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 물류 회사들은 잘 적응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보면 세븐일레븐 같은 회사는 아마존이 물류 시장에 뛰어들자 바로 파트너십을 맺었죠. 아마존에서 배송된 제품들은 세븐일레븐의 전세계 판매점에서 바로 찾아갈 수 있습니다. 사용자도 편하고 전통 물류 기업도 새로운 사업자들의 등장이라는 위협 요소를 오히려 기회로 만든 것이죠. 이런 유연함이야 말로 전통 물류 기업들이 새로운 거대 서비스 회사들의 물류 시장 진출에 대한 대응인 셈이죠”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SCM 운영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애플은 수요 예측이나 공급망 관련 전략을 한번 수립하면 웬만하면 바꾸지 않고 이를 계획대로 집행한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유기적으로 변화된 상황을 수용한다. 이런 차이는 ‘제품 자체’에 있다는 것이 하우 리 교수의 진단이다.
하우 리 교수는 “애플은 하나의 제품에 집중합니다. 모두 선도적인 제품들입니다. 그러니 다양한 제품을 제공하는 업체들과는 다른 전략을 만들고 실행합니다. 하지만 이런 애플도 최근 변화를 준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이어폰이나 액서세리 관련된 분야입니다. 이 때는 전세계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로 바꿨습니다. 그들도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분야를 만든 것이죠. 전세계에 분포되어 있는 업체들과 일을 하면서 교훈을 얻은 것이죠”라고 말했다.
마지막 질문으로 그에게 지난 10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것들은 무엇인지 물어봤다.
변화하지 않는 분야에 대해 그는 “정보를 찾는 건 하나도 안변했죠.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보는 많습니다. 우리 직원들이 어떻게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도 변하지 않았죠. 효율적인 정보 활용은 이 분야에서 변하지 않는 아주 큰 이슈입니다”라고 밝혔다.
또 마지막으로 “어느 기업이나 인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한 지역, 한 기업의 전문가였지만 이제는 전 지역, 전세계적인 전문가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런 인재를 키우기도 힘들고, 영입하기도 힘듭니다. 전문가를 육성해 놨더라도 경쟁사로 이직을 하면 또 소용이 없지요. 이런 인재들을 어떻게 육성하고 자기 회사에 오랫동안 몸 담을 수 있게 하느냐는 것이 앞서 밝힌 것들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간담회는 삼성SDS를 통해 이뤄졌다. 삼성SDS는 물류 IT 서비스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삼성 그룹사에 구축한 노하우를 살려 국내외 기업들에게 전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SDS의 한 관계자는 “공급망 시스템이나 물류 시스템 등은 서로 다른 수많은 기업들이 함께 사용한다는 점에서 개별 기능만 사서 특정 업무에 적용한다고 효과가 있는 건 아닙니다. 전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물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합니다. SDS가 직접 물류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물류나 공급망 관련한 IT 인프라와 서비스 제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